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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코로나19 확진 - 후각과 미각의 상실

by minini22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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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향기를 맡기 위해. @unsplash


코로나19 확진

지난 3월 31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이틀째에 증상이 나타났다. 오한이 들어서 추위를 느끼며 다리부분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손목같은 관절에도 통증이 나타나면서 코비드19 확진 증세가 시작되었다. 근육통(몸살)에 살이 스치기만해도 아프고 열이 났다. 처방받은 타이레놀 이알 서빙정으로 열과 통증은 잡히지만 반복적으로 오한과 몸살이 찾아왔다. 목에 부은 느낌이 들더니 가래가 끼고 기침이 나왔다. 확진되고 며칠이 지나자 코비드19에 걸리면 후각과 미각을 잃는다는 경우가 나에게도 해당되었다.

맛이 나지 않는다.

확진 6일 차. 점심에 페퍼로니 피자에 파인애플을 토핑으로 추가해서 시켜 먹었다. 토마토소스와 페퍼로니는 맛이 나는데 파인애플은 새콤한 맛만 느껴진다. 피자 테두리의 치즈는 짠맛이 극대화되어 아주 짜게 느껴진다. 파인애플만 맛보았을 때 신맛은 나지만 파인애플맛이라고는 생각안되는 맛의 느낌이다.
“신맛이지만 파인애플 맛은 아니다.”

저녁에는 정말 아무 맛도 안 나고 음식의 식감만 느껴진다. 전에 먹었던 맛을 기억하면서 먹으려고 애를 쓰면서 식사를 마쳤다. 냄새도 확인해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코로나 후각 미각”으로 키워드를 검색해 본다.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나 알아보았다. 양장피와 고추냉이(와사비)가 도움된다는 말을 발견하였다. 양장피를 시킬까 하다가 평소에 안 먹던 음식이라 고추냉이가 있는 회를 시키기로 했다.(양장피 시켜놓고 안 먹을까 봐 좋아하는 음식으로 선회. )
광어회를 고추냉이와 간장에 찍어 먹는다. 짠맛과 고추냉이의 코가 뻥 뚫리는 느낌만 나고 다른 맛은 나지 않는다. 회의 꼬들 거리는 식감만 나니 답답한 마음마저 든다. 이번에는 초장과 고추냉이에 회를 찍어 먹는다. 초장의 신맛과 매운맛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묵은지에 회, 저민 마늘, 쌈장을 얹어 먹어 본다. 이 조합이 그나마 제일 맛을 기억나게 해 준다. 고추냉이의 효과는 없는 듯하여 양장피를 먹었으면 어땠을까 의문만 남았다.

하루 종일 냄새만 킁킁거린다. 생각보다 꽤나 답답하다. 아메리카노 맛은 그냥 쓴맛이다. 한 입 먹고 버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먼저 걸렸던 지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식초 냄새를 맡아보고 익숙한 냄새를 맡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해준다. 후각이 기억과도 연관이 있어서 자꾸 냄새를 맡으면 후각 기억이 연상되면서 냄새가 돌아오는 거라고 한다. 식초나 커피 같은 익숙한 냄새를 맡는 게 좋다고 한다.
식초에 코를 대고 힘껏 들이마셔보지만 아직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커피 원두 봉투를 들고 킁킁거리지만 코의 반응이 없다.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반응이 온다.

4월 8일 확진 9일 차.(격리해제 2일 차) 전자레인지에서 떡이 어마무시하게 타서 집안이 온통 탄내로 가득찼다. 아무 냄새도 못맡다가 갑자기 탄내가 맡아지는 것이다. 재빨리 사과주스를 마셔보니 맛도 나고 냄새도 난다. 하지만 탄냄새를 맡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아 냄새맡기를 그만두자 다시 주스맛도 나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김치찌개, 김치, 매운맛 위주의 맛이 아주 약하게 느껴진다. 익숙한 집 반찬 위주로 식사를 하였다. 이 반찬은 이런 맛이었지 기억하면서 먹었다. 납작 만두를 굽는라 지글거렸던 기름 냄새가 코에서 느껴진다.

4월 9일 확진 10일 차.(격리 해제 3일 차) 익숙한 집 반찬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어제보다 더 맛이 느껴진다. 역시 매운맛 위주로 맛이 잘 느껴진다. 냄새를 조금 맡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커피 원두 봉투 냄새를 맡아보니 향이 조금 난다. 무지 반가운 냄새다. 지난 저녁에 느끼지 못했던 치약 맛이 오늘은 느껴진다.
점심에는 떡볶이, 어묵 튀김, 만두튀김으로 식사를 했는데 만두튀김만 맛이 느껴진다. 떡볶이는 매운맛만 나고 어묵 튀김은 식감만 느껴진다. 감자 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가 의외로 맛이 느껴져서 맛있게 먹었다. 빽다방 원조 커피도 맛이 느껴진다. 드디어 서서히 미각이 돌아오는 것 같다.
손을 씻는데 알로에 비누의 향긋한 냄새가 훅 들어온다. 기대하지 않았던 비누향이 반갑다. 어제는 몰랐던 샴푸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4월 10일 확진 11일 차. (격리 해제 4일 차) 손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식사할 때 음식의 맛도 두루두루 느낀다. 후각과 미각 모두 거의 돌아왔다고 느낀다. 다만 커피(아메리카노) 같은 다채로운 향과 맛은 아직 풍부하게 느끼지 못한다.

마무리

#한 가족이 같은 시기에 코로나19에 확진되어도( 릴레이 감염에도) 후각과 미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냄새만 못맡고 누구는 냄새, 맛 모두 못 느끼고 누구는 아무렇지 않기도 하다.
#병원에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한다. (2주 안에 감각이 돌아온다면 약 먹는 기간과 비슷해서 자연히 돌아오기를 기다려도 될 듯하다. 너무 괴롭다면 처방받는 쪽으로…)
#양장피(겨자소스), 고추냉이(와사비)로 후각과 미각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개인 경험담)
#초고추장 베이스 음식(예를 들어 물회) 같은 맵고 시고 단 음식이나 김치찌개 같은 익숙한 음식이 미각이 없는 상태에서 먹기 괜찮았다.
#그래도 냄새를 맡으려고 연습한다. 냄새와 맛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후각과 미각을 잃는 경험은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더 오랜 시간 동안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두려운 시간이었다. 두렵지만 늘 끝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코로나 엔데믹을 기다리며…

엔데믹 endemic :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 특정지역이나 특정 집단에 나타나는 질병. 백신이나 치료제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여 큰 피해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때 엔데믹이라고 한다. 대규모 감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예측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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